[셀럽미디어 허지형 기자] "맡은 작품마다 기대에 저버리지 않으려고 열심히."

꾸준하고 묵묵히 연기에만 매진한 세월이 느껴지는 배우 이성민. 100편이 훌쩍 넘는 작품에 출연하며 내공을 쌓아왔음에도 변함없이 그는 고민하고 도전한다. 여전히 이성민의 시간은 흐르고 있다.

이성민은 디즈니+ '형사록2'에 출연해 형사 김택록 그 자체를 그려냈다. '형사록2'는 협박범 '친구'의 숨은 배후를 쫓기 위해 다시 돌아온 강력계 형사 '택록'의 마지막 반격을 그린 웰메이드 범죄 스릴러.

이성민은 "촬영이 끝난 지는 꽤 됐는데 이제부터 시작인 거 같다"며 "원래는 '늙은 형사'가 제목이었다. 촬영 중간에 이름이 바뀌었다. 영화 '리멤버' 때도 그렇고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할아버지 역을 했다. 뭔가 계속 도전해보고 싶었다"면서도 "이제는 진짜 나이대를 연기하고 싶다"고 웃었다.

그는 시즌1에서는 액션이 많았다면 시즌2에서는 배후를 하나둘 밝혀가며 극의 분위기가 고조되는 등 내면의 감정을 쏟아내야 했다. 이성민은 "걱정과 달리 근사하게 나온 거 같다. 음악도 조금 바뀌었더라. 감독님이 많이 타이트하게 결과물을 만들어냈는데, 긴장감 있게 잘 나온 거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동화 감독의 디렉팅은 택록을 세밀하게 그려나가고 몰입하는 데에 도움이 됐다. 시즌1 때부터 인물 관계, 전개 등에 대한 한동화 감독의 강의가 있었다고. 이성민은 "설명을 들어서 어느 정도 짐장은 하고 있었지만, 택록 조차도 환상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나 자신의 과거에서 비롯된 잘못된 관계를 자신의 손으로 끝내야만 했던 택록은 이성민의 본능으로 완성했고, 완벽한 캐릭터 해석은 압도적인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하지만 그에게 오랜 내공에도 쉽지 않은 연기로 남았다.

이성민은 "그 신은 정말 힘들었다. 출연하는 배우들도 굉장히 많았고 타이트하게 진행돼서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복잡했었다. 긴장 상태였는데 본능적으로 했던 거 같다"며 "그렇게 해야 됐기도 했고 짧은 말로 그동안의 관계, 내가 쌓아왔던 과거 등을 짧은 대사로 표현하기 힘들었던 거 같다. 감독님만 믿고 했다. 시즌2까지 점점 쌓아왔던 호흡"이라고 자신했다.

내레이션 또한 이성민에게는 큰 고민이었다. 그는 "드라마의 특징이기도 했지만 내레이션도 정말 힘들었다. 현장에서 하지 않고 후시로 했었다"며 "전개를 보고 톤을 잡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집중해서 했었다"고 말했다.

매순간 진심을 다한 김택록, 이성민에게도 의미가 남달랐다. 그는 "많은 형사물이 있었지만 그중에 특별하고 독특한 형사가 생겼다고 생각한다. 자책하고 반성하고 과거의 일을 꺼내 다시 제자리에 가져다 놓는 캐릭터는 별로 없었지 않았나. 매일 사건을 버리지 않고 챙기는 그런 지점에서 새로운 형사가 나온 거 같다"고 뿌듯해 했다.

1987년 연극 '리투아니아'로 데뷔한 이성민은 영화 '보안관', '공작', '목격자', '남산의 부장들', 드라마 '골든타임', '미생', '머니게임', '재벌집 막내아들' 등 수많은 히트작을 남겼다.

오랫동안 그가 외길을 걸을 수 있었던 것은 동료들이었다. 이성민은 "아무런 미래가 없을 때 택록처럼 힘들었던 순간도 있었지만, 주변에 있는 동료들이 끌어줬기 때문에 여기까지 오게 된 거 같다"며 "지금 이 자리에 오기까지 나 혼자한 게 아니라 많은 인연들이 해줬다고 생각한다. 힘들거나 암울할 때 중요한 나의 인연들이 만들어준 게 아닌가 싶다"고 마음을 전했다.

새로운 역할, 새로운 도전에 대한 생각도 물론 있지만 그가 작품을 선택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재미'였다. 이성민은 "작품을 선택하고 결정하는 건 하고 싶어서 하는 거다. 작품이 매력적이기도 하고 캐릭터가 매력적이기도 하다. 또 그 속에서도 변화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양철과 비슷한 캐릭터가 오면 비슷한 것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거 같다. 그래도 내가 선택해서 하는 거라도 재밌어서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나름 다르게 하려고 하는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제 나이에 맞는 캐릭터들은 적어질 거 같다"고 고민을 드러내기도. 그는 "다양성이 떨어질 거 같은데 그거에 맞게 순응하면서 살아야겠구나 싶다. 저한테 주어지는 역할이 점점 많지 않을테니까 수긍하면서 하고 싶다"면서도 "여전히 새로운, 조금 더 다른 얼굴로 관객을 만나는 게 도리인 거 같다"고 밝혔다.

이성민은 "그만큼 부담감, 책임이 있다. 맡은 작품마다 기대에 저버리지 않으려고 열심히 해야겠다. 계속해서 좋은 작품, 캐릭터를 만나기를 기대하고 바란다"고 전했다.

[셀럽미디어 허지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