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자본주의 대항 혁명가인가?

칼럼 2024. 06.14(금)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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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희진, 방시혁
민희진, 방시혁
[편집자주] 방탄소년단의 빅히트 뮤직의 모회사 하이브와 그 자회사인 뉴진스 소속사 어도어 민희진(44) 대표 간의 데스 매치 1차전은 민 대표의 판정승으로 끝난 듯하다. 논란 속에서도 민 대표가 만든 뉴진스의 새 앨범이 호응을 얻고 뉴진스는 일본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민 대표는 실력을 증명하고 약자의 기상을 보여 줬다는 점에서 여론의 지지를 받는 모양새이다.

과연 민 대표는 약한 월급쟁이를 우습게 보는 거대 재벌의 논리에 거세게 저항한 혁명가인가? 언더독 신드롬의 주인공인가? 하이브는 지난 5월 31일 어도어 임시 주주 총회를 열고 민희진 대표를 해임하려 했지만 그 전날 법원이 민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낸 주총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임으로써 민 대표는 현재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민 대표는 31일 기자 회견을 열고 하이브에 화해의 제스처를 취했지만 하이브는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현재 공식적으로 수면 위는 잔잔하지만 물속 하이브와 민희진의 자맥질은 어떨지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지난달 27일 국제 청원 사이트 체인지닷오알지에 아미 포에버(ARMY FOREVER)라는 누리꾼이 ‘민희진은 하이브를 떠나라.'라는 글을 게재했다.

11일 오전 10시 기준 모두 5만 1375명이 서명했다. 게시자는 “하이브 그룹 내 여러 구성원의 안녕과 사기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문제에 대해 알려드리기 위해 글을 쓴다. 특정 개인이 방탄소년단(BTS), 아일릿(ILLIT), 르세라핌(LE SSERAFIM)과 같은 그룹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며 괴롭힘을 주도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를 계기로 새로운 국면이 펼쳐질까?

이 서명이 알려지기 전까지만 해도 여론의 절반 이상은 민 대표 편에 서는 듯 보였다.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 중 가장 먼저 재벌 기업으로 인정받은 공룡이다. 민 대표는 서울여대를 졸업하고 2002년 SM엔터테인먼트에 공채로 입사한 말단 사원에서 15년 만에 등기 이사로 올라선 뒤 하이브로 이적해 어도어 대표가 된, 입지전적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젊은이 98%는 민 대표에게서 비전을 보거나 최소한 희망을 갖기 때문에 그녀를 응원하는 것이다. 상위 2%를 제외한 평범한 사람들의 심리 저변에는 '약자는 선하고, 강자는 악하기 때문에 약자를 응원한다.'라는 언더독 신드롬이 자리하기 때문이다. 과연 민 대표는 약자일까? 물론 하이브와 비교하면 상대적 논리에서 당연히 약자가 맞기는 하다.

그런데 아주 보편적이고 평범한 44살의 노동자를 대입하면 절대 평가이든 상대 평가이든 절대 약자가 아니다. 4년제 대학을 나와 국내 대기업에서 22년 동안 직장 생활을 했다면 최소한 부장 정도는 진급한다. 연봉이 1억 원에 가까울 것이고 중형 아파트 한 채 정도는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전 재산이 20억 원이 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20억 원!

민 대표는 자신이 올해 받은 성과급이 20억 원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2956억의 영업이익을 낸 하이브 CEO가 10억원의 성과급을 받았으나, 자회사 대표인 민희진은 어도어 흑자 335억 원에 대한 보상으로 20억을 받아냈다. 과도한 보상 요구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액수 책정이다. 이 뿐 아니다. 44살에 최소한 1000억 원을 보장 받았다. 약자가 아니라 철저한 기득권층이다.

민 대표와 하이브의 갈등의 핵심은 회사 찬탈 시도 여부에 있다. 하이브는 민 대표가 한 무속인과 주고받은 SNS 메시지, 민 대표가 어도어 임원들과 나눈 대화, 투자자와의 만남 등을 근거로 해서 그녀가 어도어를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했다고 주장한다.

민 대표는 인터뷰에서 대화 내용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고 대신 하이브가 불법 사찰을 했다고 주장했다. 민 대표는 SM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미지 전문가로 유명하다. 그녀는 의상, 앨범 재킷, 뮤직비디오 등 가수가 대중에게 노출되는 모든 비주얼을 잘 꾸며 강하게 어필하는 수완을 발휘해 왔다. 이번 1, 2차 기자 회견 때 그녀의 의상이 폭발적 반응을 얻은 것도 그 증거.

혹시 민 대표는 그런 기획력과 연출력으로 하이브에 1차전 판정승을 거둔 것은 아닐까? 양측의 분쟁에 법조인들조차 찬반으로 갈릴 정도로 결론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여론 전쟁에서만큼은 민 대표가 대중을 호도하는데 성공한 듯 보인다. 그러나 양측의 전쟁을 떠나 민 대표에게 아직 숙제는 남아 있다. 첫째 '맞다이', '개저씨' 등의 비속어 남발로 인한 자격 시비이다.

2차 회견 때는 비교적 차분했지만 1차 때에는 굉장한 흥분했다. 연출이 아니라면. 그래서 욕과 비속어를 서슴지 않았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가 주목하는 매우 중요한 기자 회견에서 어도어 대표로서 적절한 언어는 아니었다. 복장이야 개성 혹은 급한 정황 때문이었다고 하더라도 점잖지 못한 언어를 쏟아 내 변호사들까지 당혹하게 만든 것은 내내 회자될 듯하다.

둘째는 폭로된 뉴진스 멤버들을 향한 인격 비하 카톡이다. "살 하나 못 빼서 뒤지게 혼나는 개초딩들", "와 OO 개뚱뚱 XX" 등 멤버들을 조롱하는 문자 메시지가 공개되었지만 이에 대해 제대로 해명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문자와 기자 회견 때의 비속어를 들어 그녀의 지적인 수준을 의심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표절 논란이다. 그녀는 아일릿이 뉴진스를 표절했다고 아주 힘주어 주장했다. 주변 자신의 아군들의 증언까지 동원하며 '자매'를 도둑으로 몰아갔다. 만약 표절이라면 빌보드가 받아 주었을까? 그녀의 주장대로라면 K팝의 보이 그룹과 걸 그룹은 거의 표절하고 있다. 소방차가 일본 쇼넨다이를, 슈퍼주니어가 뉴키즈온더블록을 표절했다는 말인가? 방탄소년단은?

그녀는 방탄소년단도 자신을 흉내 냈다고 주장했다. 어도어 대표로서 인터뷰를 할 때는 항상 하이브(방시혁)와 거리를 두었다. 자신은 절대 방시혁의 입김에 흔들리지도, 휘둘리지도 않는다라고. 어쩌면 이런 담대한 발언이 자본 앞에 당당한 민희진의 이미지를 완성했는지도 모른다. 양측의 최종 승패는 재판부가 가릴 것이다. 그런데 여론은 언더도그마에 휘둘려서는 곤란하다.

약자가 선할 가능성은 높다. 문제는 진짜 약자인지에 대한 판단 능력이다. 언더도그마는 '약자가 무조건 착한 사람이다.'라는 선입견 혹은 착각이다. 주관과 객관, 연역법과 귀납법, 그리고 유물론과 과념론은 항상 공존하면서 매번 다툰다. 자본주의의 편을 들 생각은 없지만 행여라도 언더도그마가 잘못 적용되어 자본주의의 희소한 장점을 훼손하는 것은 곤란하지 않을까?

민 대표의 해임 의결 중지 가처분을 인용한 판사의 결정문에는 "그룹 뉴진스를 데리고 하이브의 지배 범위를 이탈하거나, 하이브를 압박해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의 발행 주식을 매도하도록 함으로써 어도어에 대한 하이브의 지배력을 약화시키고, 자신이 어도어를 독립적인 방법으로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을 어도어 부사장과 함께 모색하였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라고 적혀 있다.

[news@fashionmk.co.kr / 사진=셀럽미디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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