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은 과연 '궁상민'이었을까?

칼럼 2023. 07.18(화)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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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이상민
[유진모 칼럼] 지난 16일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에서 혼성 그룹 룰라 출신 이상민이 70억 원에 가까운 빚을 모두 청산한 채 경기도 파주의 보증금 5000만 원에 월세 200만 원의 셋집을 떠나 서울 용산의 고급스러운 숙소로 이사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이삿짐은 5톤 트럭 2대를 가득 채웠으니 10톤 분량이라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이상민은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가운데 자신의 허점을 예능의 소재로 앞세워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선사하며 지명도를 높여 갔다. 당연히 그런 이미지 메이킹으로 몸값을 높였고, 그렇게 번 돈으로 빚을 갚고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룰라 시절의 표절, 자살 소동, 이혼 등이 단골 소재였는데 특히 빚 70억 원의 '궁상민' 이미지가 가장 결정적이었다.

그가 실제 빚이 얼마인지, 진짜 궁상을 못 면한 삶을 살아 왔는지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시청자들은 더욱 그렇다. 최소한 그의 아주 친한 지인이 아니면 힘들다. 채무자들이 모두 모여 합산하지 않는 한 어렵다. 그러나 그가 '궁상민' 이미지로 돈을 벌어 온 것만큼은 확실하다. 모든 시청자들이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과연 그가 궁상의 삶을 살아 왔을까? 그런 이미지 메이킹에 진정성이 있을까?

그는 1994년 4인조 혼성 그룹 룰라로 데뷔했다. 2집 '날개 잃은 천사'의 빅 히트로 정상의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1996년 초 3집 앨범을 발매하기 하루 전날 한 스포츠 신문이 타이틀 곡 '천상유애'가 일본 그룹 오마쓰리 닌자의 '오마쓰리 닌자'를 표절했다고 1면에 대서특필했다.

그러자 소비자들은 재빠르게 '오마쓰리 닌자'를 찾아 내 '천상유애'와 비교했다. 가사와 가창자만 다를 뿐 두 곡은 판박이였다. 이 사건으로 룰라의 신뢰도는 땅속으로 꺼졌다. 당연히 3집 음반 활동도 할 수 없었다.

사실 룰라는 아무런 잘못이 없었다. 룰라 멤버들은 이 곡의 제작에 전혀 참여하지 못했다. 제작자가 지인을 통해 '오마쓰리 닌자'를 접하고는 히트를 예감하고 프로듀서에게 표절을 의뢰했고, 룰라는 내용도 잘 모른 채 취입했을 따름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원곡이 있음을 인지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다만 최소한 표절을 주도하지 않은 것만큼은 확실하다.

당시 룰라는 작곡이나 프로듀싱 능력이 없었고, 제작자에게 이러쿵저러쿵할 위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쏟아지는 비난이 억울할 법도 했다. 그래서 이상민은 순간적으로 해서는 안 될 행동을 저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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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고, 룰라는 도망치듯 미국 LA로 가서 절치부심 끝에 재기에 성공했다.

그러나 달이 차면 기우는 법. 시간이 흐르면서 룰라의 인기가 시들해지자 이상민은 듀스의 이현도에게 전수받은 프로듀싱 실력을 살려 연예 기획사 상마인드를 차리고 프로듀서 겸 제작자로 나섰다. 회사가 순항하자 그는 회사를 예전의 룰라의 제작자에게 물려주고 자신은 프로듀서를 하는 한편 2004년부터 1년 3개월 동안 김미파이브의 대표 이사로서 사업에 몰두했다.

그러나 이때의 사업 실패로 69억 8000만 원의 빚을 지며 연예계를 떠났고, 이혜영과도 이혼했다. 이후 6~7년 동안 도박 사이트 운영, 불법 대출 알선 등의 행위로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렇게 힘든 세월을 보내던 그는 2012년 예능 프로그램 '음악의 신'에 출연하면서 기적적으로 재기에 성공해 오늘날의 자리에 올랐다.

그렇다면 그가 빚을 갚기 시작한 시기는 빨라 봐야 10년 전이라고 볼 수 있다. 10년 동안 70억 원에서 2000만 원 빠지는 빚을 갚았다면 1년에 최소한 7억 원 이상을 벌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월세를 전전했으니 파주 집을 기준으로 한 달 생활비를 최소한 500만 원으로 상정하면 연간 7억 6000만 원씩은 벌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빚을 갚았으니 향후 벌어들일, 연간 7억 원 이상의 수입은 오롯이 그의 재산이 된다. 게다가 그동안 수백만 원짜리 월셋집에서 살았다. 그게 궁상인가?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예능은 서민이 소비하는 콘텐츠이다. 하루종일 땀 흘려 일하고 집에 들어온 노동자들이 별다른 투자 없이 쉽게 하루의 피로를 풀면서 긴장을 완화하고 재미도 느끼자고 소비하는 대표적인 대중 문화이다.

연예인들이 망가지는 것을 특히 좋아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자신보다 훨씬 잘나 보이거나, 최소한 돈을 더 잘 버는 사람들이 빈틈을 보여 주면 거기서 최소한의 자존감이나 존재감을 회복하면서 나름대로 만족감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다.

어쨌든 이상민은 그동안 열심히 일했고, 그런 만큼 경제적인 보상을 받았다. 하지만 '궁상민' 이미지를 더 이상 이어 가기는 힘들 것이다. 결과적으로 시청자를 기만했다는 냄새가 살짝 풍기기는 한다. 연간 7억 원 이상을 벌었는데 그게 궁상인가?

그럼에도 그는 할 말은 있을 것이다. "뭐 어때요? 어차피 대중문화 콘텐츠가 시청자나 관객을 잘 속이는 설정인데!"라고. 영화도, 드라마도, 예능도 다 캐릭터 설정을 어떻게 잘 하고, 그 '부캐'를 얼마나 잘 표현하느냐에 달려 있으니까. 남은 것은 시청자의 선택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연기 실력으로 소비자를 작품에 몰입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예능에서 경제력 왜곡으로 동정표를 얻으려는 '부캐'를 보고 즐거워할 것인가?

[유진모 칼럼/ 사진=셀럽미디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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