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자랑하더니 세금 체납, 도끼의 앞뒤 다른 모순

칼럼 2022. 12.16(금)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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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끼
도끼
[유진모 칼럼] 국세청이 15일 2억 원 이상의 국세를 1년 넘게 내지 않은 고액 상습 체납자 6940명의 명단 및 인적 사항을 공개했는데 래퍼 도끼(본명 이준경, 32)가 이름을 올렸다. 그는 종합소득세 등 총 5건의 세금 3억 3200만 원을 체납했다.

그는 유독 금전 문제로 논란을 일으켰다. 2019년 10월 해외 보석 업체에 거액의 주얼리 대금을 미납해 피소됐다. 그 업체는 도끼가 2018년 11월 외상으로 주얼리를 2억 4700만 원어치 가져갔는데 약 4000만 원을 미납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2021년 12월 1심 재판부는 주얼리 업체의 손을 들어주며 도끼에게 "미납 대금 4000여만 원과 이자를 지급하라."라고 판결했다. 도끼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도 지난 7월 "피고(도끼)가 4500여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라고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주얼리 업체 측은 "돈이 없다던 도끼가 항소심에서 대형 로펌을 선임했다."라고 지적해 또 다른 논란을 야기한 바 있다. 외상값이 밀릴 수도 있다. 착각이나 건망증으로 제때 세금을 내지 못했을 수도 있다. 단, 그 사람이 선하고 정직할 경우이다.

그런데 도끼의 언행은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보석 업체가 지적했듯 그는 자신이 뱉은 말과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인다는 게 문제이다. 그는 보석 외상값을 납부하지 않는 이유를 "돈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소송에서 대형 로펌을 고용했다. 앞뒤가 안 맞는다.

2018년 도끼의 어머니가 동창생에게 빌린 돈 1000만 원을 갚지 않았다는 논라에 휘말리자 도끼는 "1000만 원은 내 한 달 밥값밖에 안 되는 돈"이라고 오히려 채권자를 펌하했다. 그는 방송과 SNS에서 여러 차례 고가의 외제 차와 명품 시계 등을 자랑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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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에서 돈을 뿌리기도 했다. 돈 자랑? 할 수 있다. 문제는 그 자랑만큼 자존심과 자존감도 지켜야 한다는 데 있다. 그만큼의 명예를 견지해야 한다. 한 달치 밥값밖에 안 되는 돈을 왜 남에게 빌렸으며, 마땅히 갚아야 함에도 갚지 않는 배짱은 무엇인지 타당한 이유를 밝히는 게 순서이지, '그깟 몇 푼 갖고 왜 그래?'라는 식의 비아냥거림은 상식 이하의 수준을 드러내는 것밖에는 안 된다.

모든 생명체의 생활에는 상식과 질서가 있고, 그래서 약속이라는 게 있기 마련이다. 심지어 홀로 살아가는 호랑이조차도 자신만의 길로만 다니는 버릇을 지키고 있다. 단체 생활에서 상식과 질서는 꼭 필요하다, 대한민국은 차도, 사람도 우측 통행이 약속이다. 만약 자신이 일본 차를 운전한다고 해서 좌측 통행을 한다면 교통 질서가 무너지기 전에 사고부터 날 것이다.

납세는 특정 국가에 적을 두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공통적인 의무이다. 세금이 국가를 움직이는 힘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하다 못해 동물도 세금 비슷한 것을 낸다. 아프리카의 누 떼는 특정 지역에 머물면서 먹이 활동을 하다가 먹이가 떨어지면 이동을 한다. 그 과정에서 개울을 건너다가 여러 마리가 악어에게 희생된다.

누 무리는 그 희생을 모를 리 없다. 일정 '세금'을 내는 소수의 희생이 있어야만 다수가 산다는 진리를 알기 때문이다. 사자 무리가 대형 동물을 잡아 먹다 보면 인해전술로 덤비는 하이에나 떼의 공격에 부닥치곤 한다. 어느 정도 배를 채운 사자는 아쉽지만 물러난다.

하이에나는 다시 독수리에게 양보한다. 자연의 섭리 중에는 선순환이라는 게 있다. 악순환도 존재할진대 선순환은 반드시 필요한 자연적인 흐름이다. 산꼭대기에서 발원한 물은 긴 여정을 거쳐 결국 바다에 도착한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다. 바람과 햇볕에 증발해 하늘로 올라가 구름이 된 뒤 다시 비로 산에 내려 발원지에 합류해 순환을 속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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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게 빌린 돈을 갚아야 하고, 그 나라에서 번 만큼 그 나라에 세금을 내야 그 돈이 돌고 돌아 다시 내게 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나와 같은 국적의 사람들을 보호하고 내 국적을 지켜 주는 데 쓰이는 것이다. 돈을 많이 번 사람으로서 가장 기초적인 의무인 세금 3억 원도 안 낸 사람이 그보다 엄청나게 많은 재산을 자랑한다는 건 어불성설이고 모순이다.

대중에게는 돈 자랑을 하고, 채권자에게는 돈이 없다고 엄살을 부리는 건 상식을 거론하기 전에 이미 자기 부정이다. 그는 나름대로 자신만의 방어기제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최대한 존중해 준다고 하더라도 결국 자신의 인격과 인성에 정체성마저 외면하는 독사(억견)라고밖에 할 수 없다.

이토록 앞뒤가 안 맞는 그의 인식론은 분명히 문제가 크다. '1000만 원 발언'에서 보여 준 그의 인식론의 부재에서 알 수 있듯 이 와중에도 그는 1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커밍 순(coming soon)"이라는 신곡 홍보 글을 올려 그렇잖아도 단단히 박힌 미운털의 개체 수를 늘리고 있다. 그는 대중의 머리가 비었다고 착각하는 듯하다.

'시안견유시 불안견유불'이라는 말이 있다.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한 뒤 국사인 무학대사에게 "내 눈에 대사가 돼지로 보인다."라고 말하자 무학은 "제 눈에는 전하가 부처님으로 보입니다."라고 답했다.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라는 격언이다.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의 유명한 재벌을 보라! 그 누가 돈 자랑을 하는가? 고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검은 티와 청바지를 즐겨 입는 수수함으로 유명했다. 그게 인격이고, 인간성이며, 진정한 존재감이다.

[유진모 칼럼 / 사진=도끼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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