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은 K-팝 스타를 사람 취급이나 하는 것일까?

칼럼 2022. 10.03(월)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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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모 칼럼] 지난 9월 30일과 1일(한국 시각) 양일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케이콘 2022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체감 온도가 다르다. 주최 측인 CJ ENM은 양국의 외교 효과를 증대시킨 가운데 K-컬처 전파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정작 공연에 참가한 가수들은 생각이 많이 달라 보인다.

이번 공연은 CJ ENM이 지난 6월 사우디아라비아 문화부와 체결한 문화 교류 증진 업무 협약(MOU)의 첫 번째 결과물이다. 사우디아라비아뿐만 아니라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쿠웨이트 등 주변 이슬람 국가의 K팝 팬 2만여 명이 공연장에 몰려들었고, 전 세계 213개국의 820만 명이 온라인 생중계로 시청하였다.

문제는 참가 뮤지션 및 스태프에 대한 처우에 있었다. 주최 측은 해외 스케줄이 있는 뮤지션을 제외하고는 출연자 및 스태프를 지난달 29일 오전 9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전세기로 출국시키기로 스케줄을 짰었다. 그런데 전세기 허가가 나지 않았고, 결국 29일 오전 1시와 오후 11시에 각 기획사에 출국 불가를 통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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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30일 오전 7시가 되어서야 겨우 오전 11시까지 집합해 오후 1시에 출발한다는 소식을 전달하였다. 그렇게 사우디아라비아에 도착한 것은 현지 시각 오전 8시. 결국 뮤지션 및 스태프는 한국에서 해프닝을 겪으며 하루를 허송세월한 후 12시간 비행해 곧바로 리허설 등 공연 준비를 한 뒤 무대에 오른 셈이었다.

CJ ENM은 국내 최대의 엔터테인먼트 대기업이다. 연예 관련 다수의 케이블TV 채널을 보유한 가운데 오랫동안 각종 콘텐츠 생산 및 유통에서 제일 ‘큰손’으로 군림하여 왔다. 그런 베테랑이 왜 이런 황당한 상황을 연출하였을까? 사우디아라비아와 계약을 체결한 이후 3개월 동안 도대체 관계자들은 무엇을 하였을까?

그곳은 직항 항공기가 그다지 여유가 있는 편이 아니다. 게다가 전세기를 띄우려면 비행경로에 있는 각 나라마다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사전에 준비할 게 만만치 않다. 결국 이런 사달이 발생한 이유는 실무자들이 무지하였거나 게을렀다는 것이다. 물론 CJ ENM의 고위급 간부들의 책임은 더 크다. 그런 사람들을 요직에 앉혀 놓은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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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에는 펜타곤(PENTAGON), 시크릿넘버(SECRET NUMBER), 피원하모니(P1Harmony), 더 보이즈(THE BOYZ), 선미, 비(정지훈), 효린, 뉴진스(NewJeans), 티오원(TO1), 원어스(ONEUS), 스테이씨(STAYC), 에이티즈(ATEEZ) 등이 무대에 올랐다. K-팝 스타의 역사를 보여 주는 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비라는 상징성부터 뉴진스라는 K-팝의 내일까지 보여 준 셈이다. 이런 행사는 이미 해외에 이름을 알린 스타부터 그 자리를 노리는 신인에게는 매우 중요한 시간과 공간을 제공해 준다. 특히 신인에게는 천금 같은 기회이다. 기존 스타도 자신의 인기와 수익을 향상시키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CJ ENM은 혹시 그런 생각이 앞서는 바람에 수직적 위치를 설정한 것은 아닐까?

물론 그럴 수도 있다. CJ ENM이 놀 자리를 마련해 주었기에 한류 스타들이 마음껏 뛰어놀면서 돈을 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은 지극히 일방적으로 자본주의적이다. ‘회사가 노동자를 먹여 살려 준다.’라는 일방통행적인 생각일 뿐 ‘훌륭한 노동자가 있어 회사가 잘 돌아간다.’라는 공생주의 인식론이 전혀 갖추어져 있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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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 아티스트들은 CJ ENM 소속이 아니다. 노동력을 제공하고 급여를 받는 사원이 아니라 엄연히 공연을 만들어 주는 훌륭한 소프트웨어로서 엄청난 수익을 올려 주고, 주가까지 관리해 주는 동등한 파트너이다. 한류 스타가 없었다면 CJ ENM은 지금의 공룡이 될 수 없었고, 이만큼 주가가 상승할 수 없었다.

전세기 해프닝은 CJ ENM이라는 명실상부한 신뢰도를 주는 대기업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실수였다. 그 어떤 코미디보다도 황당한 코미디였다. 물론 사람이 하는 일이란 어느 곳, 어느 때에라도 실수가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수습이다. CJ ENM은 지금이라도 각 아티스트들에게 사과하고 내부에서 잘잘못을 가려야 마땅하다.

당장 오는 14일부터 일본 도쿄에서 ‘케이콘 2022 재팬’이 열리기 때문이다. 가수와 스태프가 하루 대기한 후 12시간 비행을 거쳐 외국에 도착하자마자 공연 준비를 했다. 그건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강행군이다. 뮤지션은 가장 좋은 컨디션에서 무대 위에 올라야 한다. 그게 관객에 대한 기본 예의이기 때문이다.

[유진모 칼럼 / 사진=티빙, 셀럽미디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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