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트’ 이정재 감독, 소통의 힘 [인터뷰]

인터뷰 2022. 08.22(월)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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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트' 이정재 감독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이정재가 이정재를 뛰어넘었다. 연기는 물론, 연출까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탁월한 감각과 센스,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쫀쫀한 첩보 액션물의 진수를 보여준 이정재 감독이다.

‘헌트’는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안기부 요원 박평호와 김정도가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라는 거대한 사건과 직면하며 펼쳐지는 첩보 액션 드라마다. 원제는 ‘남산’으로 한재림 감독이 2017년 이정재에게 출연을 제안했으나 여러 난관에 부딪히며 표류했다.

“주제가 바뀌다 보니까 바뀐 주제로 인해 평호, 정도의 목적이 많이 수정됐어요. 그러다 보니 ‘남산’ 제목이 제가 쓴 시나리오와 적합하지 않더라고요. ‘헌트’라는 제목을 가제로 정해놓고, 조금 더 좋은 작업을 찾으려 했으나 못 찾았어요. ‘헌트’로 정한 이유는 조직 내 스파이, 베드로 사냥을 위한 대사를 만들다 보니 어울리는 제목을 짓게 됐어요. 내부 회의를 거쳐 ‘헌트’로 유지하게 됐죠.”

이른바 ‘남산 프로젝트’가 벽에 부딪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때 이정재를 만났다. 그리고 다시금 제작의 노를 저을 수 있었다. 그렇게 이정재는 배우이자 감독으로 시나리오 집필, 연출, 연기, 제작까지 1인 4역을 소화해냈다.

“한재림 감독님이 ‘관상’ 이후 스파이물을 좋아하냐고 물으셨어요. ‘남산’이라는 시나리오가 있는데 2부까지 썼고, 3부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셨죠. 저도 기대가 많이 됐어요. 남자 배우로서 근사한 스파이 영화에 출연하는 건 좋은 기회니까요. 그런데 그 후로 한참 연락이 없더라고요. 어떻게 됐냐니까 3부까지 나왔으나 본인이 원하는 대로 수정이 안 돼서 결국 안 하기로 했다고 하셨어요. 너무 아쉬웠죠. 2년이 지난 후 지인을 통해 ‘남산’이라는 시나리오의 제작사를 찾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어요. 시나리오를 보고 싶다고 해서 읽게 됐고, 수정만 잘 한다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기대로 시작을 하게 됐죠. ‘헌트’는 잘 나올 수 있는 확률이 적은 프로젝트였어요. 시나리오를 수정하는 방향에서부터 우여곡절이 있었거든요. 충무로 영화인들 사이에서는 안 풀리는 프로젝트로 가고 있었는데 시나리오를 멈추지 않고 쓰다 보니 사나이픽처스의 한재덕 대표님이 좋게 봐주셨고, 연출을 해보라고 제안해주셨어요. 용기를 냈고, 좋은 스태프들을 만나게 됐죠. 프로젝트의 모습이 갖춰지면서 스태프와 배우들도 열의를 보였어요. 후반작업 후 칸 영화제에 초대되면서 분위기가 더 좋아지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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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에게 시나리오로서 선택받고 싶었던 이정재 감독은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을 캐스팅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연예계 절친이자 돈독한 우정을 자랑하고 있는 정우성과 영화 ‘태양은 없다’ 이후 23년 만에 한 작품으로 조우하게 됐다.

“시나리오를 쓸 때 정우성 씨를 첫 번째로 염두 해뒀어요. 전혜진, 허성태 배우도 역시 1순위이자 저의 바람이었어요. 배우들이 출연을 승낙해주셔서 캐릭터를 더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 안에서 할 수 있는 최선으로 수정하고, 색깔이 더 부각될 수 있도록 했죠. 현장에서도 훨씬 더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도록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이들 외에도 황정민, 이성민, 이재명, 정만식, 박성웅, 김남길, 주지훈, 조우진 등 배우들이 특별출연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야말로 ‘초호화 캐스팅’이다.

“정우성 씨와 ‘태양은 없다’ 이후 함께 출연한다는 소식이 동료 배우들에게는 꽤나 반가운 뉴스였던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응원하는 마음으로 ‘필요하면 얘기해라, 내가 도와줄게’라고 먼저 말씀해주셨죠. 한 두 분의 출연이 결정되다 보니 주변에 소문이 났더라고요. ‘나도 할게’하면서 많은 분들이 말씀해주셨어요. 그런데 제 입장에서는 ‘다 나오시면 안 된다, 영화 망친다, 도움 될 게 아니다’라며 ‘몇 분만 나와 주시길 바란다’고 얘기했는데 한재덕 대표님께선 ‘그러면 안 된다, 다 나와야 한다, 방법을 찾아 달라’고 하셨어요. 고민하다 동경 요원 1, 2, 3, 4, 5로 하게 됐죠. 하하. 스케줄도 한 날에 맞춰야 해서 굉장히 어려웠어요. 그때 당시 다른 촬영을 하고 밤새서 오신 분도 계셨고, 먼저 찍고 빨리 가셔야했던 분도 계셨어요. 그런데도 흔쾌히 출연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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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정재’에게 가장 중요했던 건 ‘소통’이었다. 그렇기에 현장 안팎에서 나오는 작은 목소리까지 귀를 기울였다.

“저도 이런 현장, 저런 현장을 많이 경험해봤으니 경험치가 있잖아요. 화기애애한 현장이라 즐거움이 있는 반면, 욕설이 난무하고, 물병이 날아다니는 별의 별 현장을 겪어봤죠. 적어도 저의 현장에서는 안 좋은 일이 없길 바랐어요. 그러기 위해선 제가 준비를 많이 해야 했죠. 스태프들과 얘기하면서 미리 준비를 하니까 대화를 많이 나눴어요. 제가 원하는 세팅을 누군가는 원치 않을 수 있으니 대화가 가장 중요했죠. 누구 하나의 작은 아이디어가 ‘내가 얘기해봤자 무얼하나’가 아닌 현장이길 바랐어요. 프리 작업 때 콘티 회의를 하면서 하나씩 그려나갈 때마다 동의되느냐고 묻기도 했어요. 합의점이 이루어진 상태에서 진행하다 보니까 현장에서 고민하고, 결정하는 일은 거의 없었죠.”

‘헌트’를 통해 첫 감독 데뷔를 알린 이정재. 그에게 있어 ‘헌트’는 도전이자 배움이었다고 한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많이 배웠어요. 시나리오를 쓸 때 캐릭터 구축을 이렇게 하면 연기할 때 도움이 되겠구나를 느꼈죠. 연출을 하면서는 연출자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일을 하고, 어떤 식으로 소통하면 되는지 알게 됐어요. 또 어떻게 하면 창의적인 현장이 되는지도 느꼈죠. 많은 도움이 된 영화에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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