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순간을 '기적'이라 말하는 박정민 [인터뷰]

인터뷰 2021. 09.14(화)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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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박정민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배우 박정민의 꿈을 향한 항해는 계속된다.

‘기적(감독 이장훈)’은 오갈 수 있는 길은 기찻길밖에 없지만 정작 기차역은 없는 마을에 간이역 하나 생기는 게 유일한 인생 목표인 준경과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박정민은 극 중 마을에 기차역 하나 짓는 것이 유일한 목표인 준경으로 분했다. 준경은 수학에서는 남다른 두각을 드러내며 영특한 두뇌를 갖고 있지만 그 외에는 모든 게 허술한 4차원 매력을 지닌 인물이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을 때부터 울림을 느꼈다는 박정민은 ‘기적’의 출연을 결심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준경의 이야기에 많은 눈물을 흘리기도, 웃음을 짓기도 한 박정민은 시나리오에서 스크린으로 옮겨왔을 때 영화의 완성도에 큰 기대감이 있었다. 영화를 본 직후 박정민은 시나리오에서 느꼈던 그 감정 그대로를 다시 한번 만날 수 있었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랑 영화를 봤을 때 같은 느낌이었어요. 보통은 ‘이런 영화를 예상했는데 좀 다르네’라고 한 적도 있는데 ‘기적’은 내가 재밌게 봤고 정성을 다해 만들었고 그런 영화가 극장에 잘 나온 것 같아 좋았어요. 극이 전개될수록 감정선이 커지는데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것 같아요. 변신이라 하면 변신인데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지’ 그런 의도는 없었고 좀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다른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가고자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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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경은 천부적 재능을 가진 괴짜 천재다. 학교에서 튀려고 애쓰지 않아도 꼭 이목을 끌게 하는 마성의 매력을 지닌 그런 친구 말이다. 하지만 정작 준경은 자신의 특별함을 덤덤하게 받아들이며 현실과 꿈의 괴리에 고민하고 괴로워한다.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꿈에 대한 고뇌를 영화는 준경의 시선에서 친근하게 풀어간다. 연기를 하기 전, 연기를 시작한 이후에도 고민했던 순간이 많았다던 박정민은 준경에게서 자신을 발견했다. 오로지 연기 하나만을 보고 달려온 지금까지의 경험과 감정들을 통해 준경을 이해할 수 있었다는 박정민이다.

“준경이에게 이입이 많이 됐어요. 현실은 냉혹하고 꿈은 모호해서 자꾸 현실이라는 것이 사람을 잡아끌고 타협하게 만들고 자신을 재단하게 만들고 단정지어버리게 할 때가 있어요. 사실 남들은 저 자신을 단정짓기가 쉽죠. ‘너 정도면 훌륭하다. 잘했다’라고 얘기할 수 있지만 나까지 그렇게 돼버리면 많이 우울해지더라고요. 준경이도 그런 현실과 꿈 사이 고민을 많이 했고 저도 10년 동안 그런 내적 갈등하면서 살았던 것 같아요. 결국 계속 일어서려고 했고. 준경이도 그렇고 이런 제가 느꼈던 감정이 준경을 연기할 도움이 됐어요. 양원역을 지워놓고 신기한 경험을 했던 게 보통 상대 배우를 보고 어떤 감정을 느끼거나 내 처지를 생각하면서 감정이 올라오는데 그 양원역 세트장을 지워놓고 덩그러니 보는데 그게 그렇게 슬펐어요. 한 사물을 보고 마음이 움직인 것도 처음 경험했죠. 그게 준경이의 꿈이었을 거고 더 큰 꿈을 위해 달려갈 하나의 지점이 됐던 것 같아요.”

마을에 기차역을 짓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준경에게 누군가는 쓸데없다고 하고 포기하라고 꾸짖기도 한다. 그럼에도 기적의 힘을 믿고 포기하지 않는 준경의 모습에서도 박정민은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고. 도전이 결코 무모하지 않음을 증명해낸 박정민. 누구도 박정민이 배우가 되리라곤 상상하지 못했지만 박정민은 배우로서 끊임없이 성장해가고 있다.

“이 일이에요. 연기하는 것이 맹목적인 도전이고 아무도 저를 지지해준 사람이 없었어요. 제게 ‘너는 배우를 해야지’라고 말해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어요. 그런 끼 자체가 없었고 영화를 잘 찍는 것도 아니었지만 내가 재능이 없으면 그냥 그나마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걸 찾다가 연기를 배우게 됐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학교 다닐 때 전 방학이 없었어요. 뭘 하는 게 좋았는지 연기든 뭐라도 하려고 뭔가를 계속 찾았었어요. 그때가 제일 복잡한 시간이지 않았나 싶어요. 효울성을 따지지 않고 무자비하게 하고.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오게 됐고 좋은 영화도 만나고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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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은 ‘기적’으로 첫 호흡을 맞춘 이장훈 감독과의 작업한 소감에 말을 아끼지 않았다. 앞서 데뷔작 ‘지금 만나러 갑니다’로 섬세한 연출과 따뜻한 영상미를 선보인 이장훈 감독은 ‘기적’을 통해 또 한번 특유의 따스한 감성을 선사한다. 이장훈 감독의 세심한 리더십과 배우들에 대한 배려 덕분에 늘 화기애애했던 촬영 현장의 분위기가 그대로 영화 안에서도 전해졌다.

“감독님께서 배려를 해주셨어요. 어느 정도 역할들끼리 서로 감정이 형성됐을 때 찍으려 했고 무리하게 감정신을 초반에 찍지 않으셨어요. 감독님이 원하셔서 그런 것도 있고 감독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배우는 역할에 어느 정도 녹아든 상태여야 감정연기가 나오는데 굉장히 적절한 타이밍에 진행해주시고 충분히 기다려주시고 기다리면 어떤 연기가 나올 거란 것도 잘 알고 계셔서 놀랐죠. ‘어떻게 이렇게 연출을 하시고 배우를 알맞게 배려해주시지?’란 생각이 들었어요. 감독님을 너무 좋아하게 된 것도 그런 부분이었고요.”

다양한 상황 속에서 수많은 감정선을 감내해야 했지만 박정민은 연기하면서 큰 부담감을 느끼지 않았다. 이장훈 감독은 배우에게 어떤 것을 많이 요구하기보다는 믿고 기다려줬다고. 덕분에 박정민도 편안한 마음으로 온전히 준경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장훈 감독님은 담백한 사람이에요. 감독님께서 ‘박정민이 즐겁게 연기하는 걸 보고 싶다’라고 했어요. ‘이번 영화에선 스트레스 안 받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모습을 보고 싶다. 나를 믿고 즐겁게 촬영해주면 좋겠다’라는 말씀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말을 듣고 굉장히 마음이 편해졌어요. 그때부터 ‘감독님 믿고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촬영이 끝나고 나서 감독님이 흡족해하셔서 그 이후 작업들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어요.”

앞서 박정민은 ‘기적’ 출연을 망설였던 이유로 고등학생 역을 연기하기 때문이라고 고백한 바 있다. 그럼에도 영화 속 박정민은 실제 나이가 무색하게 순수한 고등학생 준경이로 완벽 변신했다. 35살의 박정민이 스크린에서 고등학생 으로 등장하는 자신을 본 소감은 어땠을까.

“만족스럽다기보다 열심히 했어요. 부담됐던 이유는 촬영할 때 제 나이가 34살이었으니까 좀 이상하지 않을까 싶었죠. 이 영화를 처음 안 하겠다고 한 이유도 나이였고요. 감독님께 말씀드리러 갈 때도 ‘저는 괜찮은데 보시는 분들이 공감이 안 될 수도 있겠다’라고 말했는데 촬영하다 보니까 저도 그렇고 관객분들도 자연스럽게 보실 수 있겠더라고요. 영화 보시면서도 처음엔 의아해하실 수 있는데 고등학생이겠거니 봐주시고 제가 막 주름살이 있는 건 아니니까 충분히 납득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해요. 만족은 관객분들에게 여쭤봐야겠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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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제목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있다. 기차소리의 ‘기적’과 신이 행하는 뜻의 ‘miracle=기적’이다. 준경 또한 영화 제목과 닮아있는 기적을 이룬다. 박정민은 인생에서 어떤 기적을 이뤘을까. 이에 그는 박정민이란 배우의 얼굴을 알린 데뷔작 ‘파수꾼’을 언급했다.

“지금 순간이 기적이에요. 영화를 촬영하고 홍보하고 이런 게 놀라워요. 당연하다고 느끼지만 당연한 게 아닌데 당연해졌다는 것에 놀라요. 그래서 무섭기도 하고. 분명히 당연하지 않을 순간이 올 텐데하는 마음이에요. 지금은 당연한 일이 됐지만 당연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매 순간이 기적이라 생각해요. 굳이 그래도 제 인생에서 기적이었던 순간을 꼽자면 ‘파수꾼’이란 영화를 만난 게 기적이었던 것 같아요.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에게 갑자기 보석 같은 영화와 역할이 주어졌고 인생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죠. ‘파수꾼’을 만난 게 기적의 순간이라 꼽는다면 맞는 것 같아요.”

‘파수꾼’을 시작으로 영화 ‘동주’, ‘그것만이 내 세상’, ‘변산’, ‘사바하’, ‘시동’, ‘사냥의 시간’,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등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은 박정민은 어느덧 데뷔 10년 차 배우가 됐다. 10여 년간 배우로서 걸어온 길들을 되돌아보면서 박정민은 지금 어떤 마음일까. 긍정적으로 지내려 한다는 박정민의 다음 행선지에 기대를 걸어본다.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 안 날 정도로 굉장히 빠르게 지나갔고 추억하기엔 짧은 시간 같아요. 수치로 보면 그렇게 짧지만은 아닌데 많은 일이 있었고 예전에는 후회도 많이 하고 잡히지 않는 후회들, 알 수 없는 반성을 했어요. 그런데 최근부턴 그러지 않기로 마음먹었어요. 즐겁게 해야 더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까 그분들의 영향을 받아서 앞으로 저도 즐겁고 유쾌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돌아보면 꽤 오랜 시간동안 동굴 안에 있었던 것 같기도 해요. 자존감이 떨어지기도 했는데 이젠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끝으로 박정민은 ‘기적’이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에 대해 ‘꿈’을 언급했다. 그는 ‘꿈’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췄다.

“꿈에 관한 이야기. 보통 한 번쯤은 다들 꿈꿔본 적이 있으실 건데 꿈이 있지만 꿈을 포기하고 마음 속에 담아두고 사는 사람을 보면서 자기 자신에게 감정이입이 되시는 분들이 많으실 거라 생각해요.”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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