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커버' 지진희, 신념을 갖지 않는 자신감 [인터뷰]

인터뷰 2021. 06.16(수)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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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배우 지진희가 ‘언더커버’를 통해 연기적으로나 인간적으로 또 하나의 배움을 얻었다.

지난 12일 종영한 BBC 동명 원작 JTBC 금토드라마 ‘언더커버’(극본 송자훈, 백철현, 연출 송현욱, 박소연)는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살아온 남자가 일련의 사건에 휘말리며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이야기. 지진희는 극 중 평범한 가정의 아빠이자 최연수(김현주)의 남편 한정현으로 살아오지만 과거로부터 비밀을 지켜온 이석규 역으로 분했다.

2019년 tvN ‘60일, 지정생존자’ 이후 3년 만에 안방극장 복귀작이었던 ‘언더커버’를 마친 지진희는 “시원섭섭하다”며 종영 소감을 밝혔다. 액션에 기대를 걸었던 작품인지라 지진희는 다양한 액션신을 소화하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지만 그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고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좀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아쉽다.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이 있는데 액션이 어떤 부분은 마음에 들기도 했고 부족하지 않았나 했다. 사실 더 많았으면 했다. 적지 않았나 싶다. 액션이 많다고 생각해서 선택한 건데 생각보다 임팩트 있는 액션은 적었던 것 같다. (액션신이) 많았다면 힘들었겠지만.”

그럼에도 지진희는 도전에 있어서 아쉬움은 없었다. 50대에 접어든 중년 배우의 시선에서 액션은 여전히 욕심낼 만한 장르였기 때문. 여기에 ‘언더커버’에서 액션은 덤으로 즐길 만한 재미 요소가 아닌 극 중 한정현/이석규(지진희)가 가족과 그의 모든 걸 지키기 위해 필요한 수단이었다. 탄탄한 스토리를 배경으로 고난도 액션이 섞인 ‘언더커버’를 지진희는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이 나이에 액션을 하는 드라마가 많지 않다. 또 자극적인게 아니라 가족을 위해 싸우는 그런 작품도 별로 없어서 그런 부분에 매력을 느꼈고 중년에 액션을 하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결국에 나를 찾는 과정이었고 그 이유가 가족을 지키는 거였는데 한정현의 방식으로 한다. 지키는 과정에서 가족들 모르게 상처받으니까 조심스럽게, 밤늦게 몰래 해야 하는 장면들에 어려움도 있었지만 결국 다 해결해서 가족도 찾고 내 이름도 찾고 같이 살게 됐고 죗값도 받았다. 요즘 의외로 해피엔딩 결말들이 많지 않더라. 희생도 있었지만 모든 걸 되찾았고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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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커버’는 첫 회 시청률 3.5%(유료가구기준/닐슨코리아 제공)로 출발해 마지막 회 5.2%로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막을 내렸다. 다양한 예능, 방송 프로그램이 분포된 금토드라마인 데다 오후 11시 늦은 시간대로 편성돼 안정적인 드라마 팬층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음에도 ‘언더커버’는 꾸준히 시청률 상승세를 나타내며 화제성과 작품성 모두 인정받았다.

“애매한 시간대인 건 맞다. 밤 11시, 금토 방송이라 시청률이 잘 나올 시간대가 아니다. 그게 제일 아쉬웠고 그 시간대에 그 정도 나온 건 다행이다 싶었다. 정말 좋은 시간대가 나오면 더 좋은 결과가 있었을 것 같다. 같은 시간대에 방송됐던 프로그램들이 만만치 않아서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사실 마음에 안 들면 끄거나 다른 채널로 돌리면 되는 건데 그 시간 동안 저희 드라마를 봐왔다는 것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알 순 없지만 어떤 재미가 있어서지 않았을까.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텐데 허준호, 김현주, 정만식 씨나 한선화, 연우진 모든 배우들이 다 제 역할을 잘해준 것 같다. 캐스팅도 너무 잘 됐다. 화려하기보다 그 현재 인물이나 매칭을 정말 잘했다. 공을 들여서 캐스팅했구나 할 정도였고 열심히 찍기도 했고 그런 것들을 잘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한정현과 최연수의 청춘 시절을 연기한 연우진, 한선화와의 접점도 화제를 모았다. 묘하게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며 한 인물을 다른 두 배우과 이질감없이 그려냈다. 특히 당초 연우진과 한선화는 특별 출연으로 캐스팅됐으나 더욱 밀도있는 서사를 위해 분량이 늘어나면서 완벽한 시너지를 자랑했다. 이에 지진희와 김현주 또한 극 초반을 이끌어준 연우진과 한선화의 바통을 이어받아 극의 흐름을 이어갔다.

“다들 너무 잘했다. 진짜 고맙고 현주 씨랑 두 사람이 이 역할을 선택해줘서 다행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설프게 했으면 말도 안 되는 드라마가 됐을 텐데 너무 잘해줘서 덕을 본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외적으로도 닮은 듯 안 닮은 듯 캐스팅을 잘했다.”

한정현, 최연수가 지키고자 했던 ‘가족’과 ‘신념’의 가치를 일깨워준 ‘언더커버’를 통해 지진희 또한 다시 한번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그를 움직이게 하고 계속해서 드라마 현장에 돌아올 수 있게 해준 힘은 가족에서 비롯됐다. 더불어 지진희는 배우로서 갖는 신념에 대해선 간단명료하게 답했다. 심오한 의미를 두기보다는 어떠한 틀에도 가두지 않으려고 했다. 늘 색다르게 존재해야 비로소 빛을 발하는 배우라는 직업 특성상 지진희는 어떤 신념도 갖지 않으려는 신념을 갖고 있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가 큰 이유다. 삶의 목표이기도 하고 쉬지 않고 일하는 힘이자 에너지가 되기도 한다. 그렇지 않고서 혼자였다면 이렇게 하지 못했을 거다. 제주도나 산 속에서 공예를 하면서 살 수도 있겠다. 배우는 선택을 받는 직업이지 선택할 수 직업은 아니라서 끊임없이 누군가가 나를 선택할 수 있게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뭘 찍고 싶다고 찍는 게 아니라 하나의 도구일 뿐이지. 그래서 감독이나 작가라면 어느 정도의 신념을 가져와야 하지만 나는 아니다. 만약 있어야 한다면 재밌게 하자는 신념 정도. 그게 맞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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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진희는 넷플릭스 ‘무브 투 헤븐’과 ‘언더커버’를 통해 남다른 부성애 연기를 선보였다. 어느덧 한 아이의 아빠 연기가 자연스러워진 지진희는 아마도 실제 두 아들의 아빠이기도 한 그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는 덕분이 아닐까. 캐릭터에서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아빠로서 갖는 특별한 감정은 같다는 배우 지진희도 집에선 평범하고 아이들에겐 바쁜 아빠다. 이젠 출연한 작품들도 함께 볼 정도로 컸다는 아이들을 이야기하면서도 지진희는 아빠 미소를 지었다.

“똑같다. 가장이라는 마음가짐 자체가 혼자랑 있을 때와는 확실히 달라진다. 내가 뭐가 없어도 온전히 다 주고 싶은 것. 그래도 아빠로선 부족한 것 같다. 일하느라 주말도 없고 쉬는 날도 없어서 미안하다. 일정한 시간이 되면 주말에 놀러가기도 하지만 그럴 일이 많이는 없어서 (아이들이) 불만도 있을 거다.”

22년간 쉼 없이 배우의 길을 걸어왔지만 지진희는 여전히 배워야 할 것도 배우고 싶은 것도 많다고. 오랜 시간 한 가지의 일을 꾸준히 한다는 것이 축복이지만 동시에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또 얼마나 많은 힘듦을 감내해야 하는지 잘 알기 때문에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지진희다.

“직장을 다닐 때도 2~30년 다니지만 어떤 사람은 이직을 좋아하고 한 회사만 다니는 사람이 있지 않나. 사람 성향 같다. 어떤 책임감이 있다. 시작하면 끝을 보려는 마음으로 이 일도 하고 있는 건데 나만의 생각이다. 연기를 배우지 않은 사람이기 때문에 많이 배워나가고 있고 끊임없이 배워가고 있다. 이게 앞으로 더 할 게 많다고 생각하고 그럴 거라 믿는다. 그렇게 나아가고 있고 한 자리에서 이 시간 동안 일하고 있는 게 축복받고 고맙지만 저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는 거다. 쓸데없는 일 안 하고 좀 더 준비하고 좀 더 일을 잘하기 위해 뭘 해야 하는지 하나씩 해나가고 있다.”

‘언더커버’를 통해서도 배움을 얻었다는 지진희는 이로써 또 하나의 작품으로 필모그래피를 채우게 됐다. 새로운 인물을 맡으며 연기에 대한 갈증을 풀어가고 있다는 지진희는 늘 열린 마음으로 매 작품을 맞이하려고 한다. 차기작으로 tvN ‘더 로드: 1의 비극’을 확정지은 지진희가 국민 앵커로서는 또 어떤 모습을 선보일지 기대된다.

“배우는 항상 배워야 해서 좋은 직업이다. 인생은 살면서 다 배우는 거다. 드라마도 결국 보여주는 게 인간과 주변의 이야기니까 얼 만큼 경험을 하느냐가 도움이 되고 살아가는 것 자체가 배움인 것 같다. 연기자로서 이루고 싶은 것도 무의미하다. 이것저것 해보고 그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안 받으려고 한다. 앞으로 얼마나 더 할 수 있을지 모르고 한 가지 일을 오래하는 게 쉽지 않지만 적어도 일이 재밌어야 한다. 다행히 똑같은 연기는 없다. 직업이나 상황이 달라서 아직까지 그런 재미가 있다. 시트콤도 하고 싶고 앞으로 또 어떤 역할이 들어오든지 간에 내가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이끌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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