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그룹 나인뮤지스 출신 경리가 배우로서 첫발을 뗐다. 드라마 현장이 늘 새로웠듯이 이제는 시청자들에게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경리다.
지난 12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언더커버’(극본 송자훈 백철현, 연출 송현욱 박소연)는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살아온 남자가 일련의 사건에 휘말리며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극 중 경리는 90년대 안기부 언더커버 요원이었으나 작전 중 마약에 중독돼 조직에서 폐기된 후 기구한 삶을 살게 된 고윤주(한고은)의 청춘 시절을 맡았다.
코로나19 재확산이 심각해지고 방송가 관계자들의 확진 소식이 전해짐에 따라 드라마 촬영 현장도 변수가 많았다. ‘언더커버’ 팀 또한 촬영 기간 내에 몇 차례 일정을 미루며 완성했다고. 때문에 경리는 계절이 지나서야 완전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며 종영소감을 말했다.
“방송국에서도 확진자가 나와서 현장이 미뤄졌다. 첫 촬영을 여름에 했는데 겨울이 돼서 끝났다. 좋은 선배님, 감독님, 작가님들이랑 촬영할 수 있어서 좋았고 영광이었다. 윤주 역할을 저에게 맡겨주셔서 감사한 시간이었다.”
오디션을 통해 첫 정극에 도전하게 된 경리에게 고윤주 역은 예상치 못한 기회였다. 강렬한 눈빛과 아우라가 비밀을 간직한 경리의 이미지가 팜므파탈 고윤주와 잘 어울린다는 송현욱 감독의 제안이었다. 드라마 속 연기하는 경리는 무대에서 봐왔던 가수 경리의 모습과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했다. 그는 연기하는 스스로의 모습이 아직까지는 낯설고 마냥 신기했다고.
“제가 원작 드라마도 봐서 흥미롭게 봤는데 윤주 역할이 매력이 있다고 저한테 제의를 해주셔서 신기하고 너무 좋았다. 조금 어색하긴 했다. 그동안 저는 말을 하는 것보다 노래를 했기 때문에. 그래서 선배님들 사이에서 연기를 하고 있는 제가 신기했고 연기가 처음이다 보니까 고민을 하고 임했는데 편집이 잘 돼서 나오니까 신기했다. 나 같지 않더라.”
안기부 엘리트 요원으로서 강인한 이미지를 보여야 했던 경리는 고난도의 액션 장면들을 무리없이 소화했다. 좋은 운동 신경과 체력이 따른 덕분에 경리는 액션스쿨을 다니면서 어렵지않게 액션 장면들을 준비했다. 이외에도 그는 선배 배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면서 그들의 에너지를 받으며 하나씩 배움을 얻었다.
“액션 스쿨 다니면서 합을 맞춰보는데 합이 현장에서 달라지기도 한다. 여러 가지 동작들을 해보는데 제가 원래 운동 신경도 좋고 몸도 잘 써서 재밌었다. 태권도 같은 건 많이 안 해봐서 생소했다. 발차기나 주먹질하고 그런 것들이 처음에는 어려웠는데 몇 번 해보니까 시키는 대로 잘 돼서 잘 나온 것 같다. 현장에는 연기를 정말 오래 하신 선배 분들이 계셔서 같이 연기할 때 에너지를 받으면서 했다. 형락(허준호)한테 뺨을 맞는 장면이 있었다. 저는 진짜로 때리실 줄 알았는데 ‘실제로 안 때리니까 잘 피해’라고 말씀해주셨다. 안 맞으면 감정이 안 나올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선배님 표정이나 말투가 실제같이 연기를 잘하셔서 진짜 두려워하는 모습이 잘 담겼던 것 같다.”
경리는 액션과 동시에 묘한 감정을 느끼는 로맨스 연기도 도전했다. 같은 안기부 요원인 이석규(연우진)에게 동료애 이상의 감정을 품고 고백하지만 단번에 거절을 당헸다. 이에 경리는 어쩌면 윤주의 마음이 단순한 호감만은 아니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접근했다. 그러면서도 윤주와의 싱크로율은 없다고 답했다.
“석규에게 술자리에서 마음을 내비쳤는데 단순히 석규를 좋아하는 마음이 아니라 자신의 요원으로서 정체성 혼란이 오고 그런 상황에서 관심을 가져 주고 챙겨준 모습에 마음이 동했다고 생각했다. 그 내면적 모습을 잘 보여주고 싶었던 고민이 많았고 그래서 외적인 부분이랑 다르게 연약해 보이는 모습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고민을 했다. 실제 내 성격과 윤주의 싱크로율은 없다. 외적으로 볼 때는 비슷해 보일 수도 있어서 비슷하게 볼 수 있는데 저랑 다른 모습이다. 윤주의 분량이 많진 않았지만 하나 하나의 장면들에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다만 정체성 혼란을 겪는 윤주에게선 공감이 갔다는 경리. 그동안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가수 경리로서 대중 앞에 섰던 만큼 그를 바라보는 한정된 시선들과 편견에 힘든 순간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룹 활동을 하면서 차가운 도시 여성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다. 그래서 엄청 차가울 것 같다는 댓글들을 많이 보기도 했고 안 좋은 댓글도 있었다. 실제로는 성격도 털털하고 밝고 발랄한데 그렇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으셔서 그럴 때 아쉽고 속상한 때가 있었다.”
현 소속사인 YNK엔터테인먼트로 이적한 뒤 본격적으로 연기 공부를 시작한 경리는 연기를 통해 치유도 받았다. 다양한 감정을 마음껏 표출해낼 수 있는 연기의 매력에 빠져버렸다는 경리다.
“이제 30대가 됐는데 20대 때는 춤이랑 노래 연습만 하고 그렇게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면 지금은 연기라는 새로운 걸 배워서 뭔가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연기하면서 제 성격도 알 수 있더라. 어떤 장르를 좋아하고 감정선이 안 좋은 날엔 대본을 보면서 표출을 자유롭게 하다 보니까 치유가 되는 느낌을 받았다. 속에만 담아두고 있으면 답답한데 밖으로 표현하니까 치유가 되고 선생님이랑 대화를 나누니까 힐링이 되는 것 같다. 어렵지만 확실히 매력이 있다.”
‘언더커버’를 통해 짧은 순간에도 깊은 인상을 남긴 경리는 처음으로 잠시 타인의 삶을 경험했다. 이제는 경리를 극 중 배역으로 몰입해 봐주고 응원하는 팬들도 생겼다. 첫걸음을 무사히 마친 경리는 앞으로도 배우로서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무궁무진하다. 경리의 다음 행선지에 기대감이 모아진다.
“드라마 댓글들을 조금 찾아봤는데 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윤주 캐릭터로 봐주시는 분들이 있더라. 작은 윤주 왜 이렇게 치이고 다니냐고. 그런 반응들이 신기했다. 무대에서는 대부분 외모 칭찬이 많았는데 저를 하나의 캐릭터로 봐주시니까 드라마를 하면 이런 재미도 있다는 걸 실감했다. 다방면으로 저의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주고 싶고 제 이미지가 아직까지 고정된 이미지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이미지들도 좋지만 더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주고 싶다. 성격상 목표를 설정하지 않는 편인데 맡은 프로그램 열심히 하면서 얼른 또 다른 작품에서 만나뵙도록 하겠다.”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김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