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뉴스 김다운 기자] 개그맨 임혁필과 정종철이 KBS2 ‘개그콘서트’ 900회 특집을 저격하는 글로 화제가 됐다. 두 사람은 한때 ‘개그콘서트’에서 남다른 활약을 펼쳤지만 900회 특집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이에 대한 서운함을 표현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같은 진심을 다른 태도로 드러냈고 정종철은 공감을, 임혁필은 비난을 이끌어냈다.

지난 15일 정종철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개콘 900회를 축하드린다만 전 900회 맞이 인터뷰 제안 한 번 안들어왔다”며 장문의 글을 남겼다.

그는 “많이 아쉽고 서글프다. 아는 동생이 레전드 19개 중 8개가 형 코너라고 자랑스럽다며 900회에 왜 안 나왔냐고 묻는데 할 말이 없다. 900회 전통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밤낮 아이디어 짜며 노력했던 개그맨들과 시청자분들이 계셨었다는 걸 잊지 말아주길 바란다”며 아쉬운 마음을 밝혔다.

이어 “제작진들 맥을 한참 잘못 짚었다. 900회라며 개콘과 관계없는 핫한 연예인들 불러다 잔치하고 그들에게 감사할 게 아니다. 지금까지 버티고 열심히 아이디어 짜고 시청자분들께 웃음 드리려는 후배 개그맨들께 감사하길 바란다. 개콘 출신 개그맨들이 왜 웃찾사를 가고 코빅을 가는지 깊게 생각하길 바란다”며 개그콘서트 제작진을 향한 날선 지적도 전했다.

정종철의 이러한 발언은 900회 특집으로 재도약을 노리는 ‘개그콘서트’에 혹을 붙인 셈이다. 하지만 그의 말에는 뼈가 있었고 많은 대중들이 이에 공감했다.

‘개그콘서트’ 측은 김대희 김준호 강유미 유세윤 이수근 김병만 등 최근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개그맨들을 중심으로 특집 방송을 꾸렸다. 또 유재석 남궁민 김응수 트와이스 등 핫한 연예인들을 게스트로 초청해 화제성을 노렸다. 이렇다보니 상대적으로 과거 ‘개그콘서트’의 인기를 책임졌던 많은 개그맨들의 얼굴은 볼 수 없었다.

특히 정종철은 한 때 ‘옥동자’ ‘마빡이’ 등 수많은 히트 캐릭터를 탄생시키며 ‘개그콘서트’의 대표 개그맨으로 활약했다. 그로서는 고향과도 같은 ‘개그콘서트’에서 자신을 외면했다는 생각에 서운함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이러한 그의 진심은 임혁필의 말 한 마디로 의도치 않은 화를 일으켰다.

임혁필은 같은 날 정종철의 글에 “동자(정종철)야 이런 게 하루 이틀이냐. ‘개콘’이랑 아무 상관없는 유재석만 나오고”라는 댓글을 남겼다. 그 역시 개그맨들 대신 연예인 섭외에 집중한 제작진을 비난한 것. 논란은 그가 유재석을 언급한 데서 발생했다.

임혁필의 글을 본 대중들은 “축하하는 마음에서 출연한 유재석에게 무례한 발언”이라며 그를 비난했다. 그러자 임혁필은 “유재석이랑 이휘재랑 김한석 다 72년생 친구다. 동갑이고 친구인데 (유재석이라고 표현한 게) 잘못이면 사과 하겠다. 유재석 선배 친구 뭐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동갑내기한테 유재석이라고 했다고 쓰레기라는 소리까지 들어야 하는 거냐. 개콘을 빛내주신 모든 분들이 유재석 선배님 친구보다 개콘 안에서는 더 위대하다”며 다시 글을 올렸고 이는 불붙은 논란에 기름을 끼얹었다.

임혁필의 이 같은 발언은 유재석을 비난하려는 의도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어찌됐건 그의 글로 인해 선의의 마음으로 ‘개그콘서트’에 출연한 유재석은 무안한 상황이 됐다. 정종철과 달리 자신의 의도를 제대로 담지 못하고 상황만 탓하기 바빳던 그의 글은 애꿎은 피해자만 발생시켰다. 선배와 친구의 관계를 떠나 동료 개그맨에게 미칠 피해에 대해 생각하지 못한 임혁필의 행동은 어리석었다.

이에 정종철은 사과 글을 올리며 논란을 잠재웠다. 그는 “900회를 축하해주시러 오신 게스트 분들과 재석 형님께 정말 죄송하다. 재석 형께도 문자 드리고 혁필 형을 대신해 사과드렸다. 출연 섭외나 편집에 관한 제작권한은 제작진에게 있다. 해서 현역들은 감히 말할 수 없는 내용을 돌 맞을 각오로 말씀 드린 것 이해해 달라”고 전했다.

잊혀진 개그맨들을 대표해 현실의 안타까움을 토로한 정종철의 진심은 결국 유재석을 비난한 것으로 왜곡되며 논란의 시발점이 됐다.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지만 당사자는 사과의 뜻을 전했고 이미 충분한 비판을 받았다. 이제는 “개그맨들은 티슈가 아니다”라고 호소한 그의 진심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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